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 저 | 김승욱 역 | 푸른숲 | 2020.10.13

 

한때 명왕성에 빠져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게 생각난 참에 눈에 들어온 책

NASA의 명왕성 탐사 팀의 팀장인 앨런 스턴의 회고록이다.

프로젝트의 시작, 전개, 후일담 등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논픽션인데도 소설같은 집중력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w.  조안 해리스

 

 

  오래전에,  대략 15년 전? 학생 때 읽었던 소설인데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생각날때가 있다. 소설속의 어떤 장면이라던가 대사라던가. 이제 나도 와인을 즐기기 시작해서 그런가. 그때는 어떤 맛일까 느낌일까 상상만 하면서 읽었던것 같은데 이제 다시 읽어보니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이 된다. 이건 내가 먹어본 모 와인의 느낌이겠군! 하면서. 공감각적 독서다. 

 

  같은 작가의 소설인 '초콜릿'과 장소와 인물이 연결되어 이벤트처럼 슬쩍 등장한다. 카페 드 마로의 조세핀이 다시 등장. 이제는 똥차같은 남편 만날 일 없이 잘 살고 있죠, 마담 조세핀? 다른 소설의 캐릭터지만 이렇게라도 후일담과 안부를 들은 것 같아 반갑다. 비안, 아르망드, 랑스크네 수 탄의 이름들 ㅎㅎ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소설가, 제이가 프랑스의 새로운 마을로 이주하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 아이템들과 마주치며 새 거주지에서 적응을 시작한다. 그 사이사이 이어지는 할아버지 (uncle?) 조에 대한 추억, 혹은 환영이 떠오르며 실제로 조와 대화를 하는것 같기도 하고. 어둡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 같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이 혼자서 느끼는 환상인지 정말이지 애매모호하게 흘러가지만 어쨌든, 조와 다시 대화도 하고, 과거의 일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 현재의 일에 대한 조언과 투닥거림이 같이 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그 와중에 바깥 현실세계의 일들도 같이 진행되는데,  어딘지 비현실적인 몽환적인 분위기와 극현실적인 사건들이 더 대비된다. 이런 대비가 과거를 더 그립게 느껴지게 한다. 나도 30대가 되어 과거를 그리워하는 한편 현실을 살아가 보니 저 대비. 주인공의 과거-현재와 랑스크네-런던, 시골 전원생활- 도시의 작가, 출판계 생활이 어떤 느낌일지 공감이 되었다.  여기에서만 그치면 현실도피적인 이야기밖에 되지 않겠지만 소설은 새로운 사건과 인물들사이의 관계를 조금씩 풀어놓으면서 현재의 시간흐름과 연결시킨다.

 

  작가의 다른 소설인 '초콜릿' 에서 그랬듯이 독자가 아직 모르는 과거의 어느 시간선과 현재의 시간선이 한 챕터씩 교차로 진행되다가 과거의 결말과 현재의 사건이 어느새 엮여 버린다.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고 등장인물과 소재가 바뀔뿐이긴 했다. 하지만 두 소설 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초콜릿과 와인;) 사용했기도 하고, 바쁜 현대 도시와는 대비되는 시골의, 상대적으로는 소소한 소동과 해프닝을 다루는 것이 좋았다.  

 

 

p.148

- 잠시 따끔거리면서 여름 냄새와 향신료의 향기가 퍼졌다. 어리석은 생각이란 건 잘 알지만, 기분이 좀 나아진 것도 그 냄새 덕인 듯했다.

 라디오가 갑자기 한차례 치직거리더니 다시 고요해졌다.

 다른 공간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 사과 냄새, 지나가는 기차 소리와 먼 기계 소음과 라디오 소리가 뒤섞인 자장가. 마음이 왜 자꾸 그 노래로, 그 겨울 노래로 돌아가려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웠다. <보헤미안 랩소디>

 제이는 잠으로 빠져들었다. 붉은 플란넬 조각을 돌돌 말아 손에 쥔 채.

 그러나 와인들, 붉은 라즈베리와 파란 블랙베리, 노란 로즈힙과 까만 서양 자두는 재잘재잘 깨어 있었다.

 

 

p.251

  그녀 뒷편 창으로, 여전히 사과나무 밑에 서 있는 조를 볼 수 있었다. 햇살에 그의 오렌지색 작업복이 밝게 빛났다. 제이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눈치 챈 조가 손을 흔들더니 엄지손가락을 쳐들어 보였다. 제이는 로즈힙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를 다시 채우고, 버리기가 뭣하여 잔에 남은 것을 한모금 더 마셨다. 맛은 여전히 끔찍했지만 진한 향이 놀라웠다. 한 들통 팬에 쏟아부으면 씨앗들이 터져나오며 즙이 흘러나오던 말랑말랑한 붉은 열매들이 떠올랐다. 조는 주방에서 라디오 볼륨을 한껏 높여놓고, 그 달 내내 1위를 지켰던 <Kung Fu Fighting>을 들었지. 이따금 일손을 멈추고, 동방을 여행하며 배웠다는 그럴듯한 아테미 시범도 보여주고. 그리고 금 간 창유리 너머로 눈부시게 빛나던 그 10월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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