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에드 콘웨이

 

 

  '우리는 물질의 세계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졌는가?'

  서문을 여는 저자의 질문이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증강현실 등 현실을 벗어난 공간 혹은 현실에 덧입히는 가상이 실현되는 시대이지만 아직 우리가 실제로 발딛고 사는 곳은 여전히 물질세계이다. 먼 미래에 위와 같은 기술들이 더 고도로 발달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물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나온 미래상도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에 따라 현실과 실재, 인식론 등에 대한 논의도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현대사회와 우리 주변의 기술들이 발전하고 각 분야가 좁고 깊어지며, 직관적이지는 않은 전문적 연구의 결과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각종 기술들의 작동 원리나 원 재료부터 가공되어 완성되는 과정 등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그저 우리 주변에 있으니 소비하고 생활할 뿐일 때가 대부분이다. 이건 무엇으로 만든걸까, 어떻게 개발되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서비스가 완성되고 제공될까 등 한 단계씩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은 주변을 낯설게하는 효과도 있고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저자는 여섯가지 재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들을 이용했고 사회상이 바뀌었는지를 말한다.
  첫 타자는 모래. sand. 기술사와 과학사는 물론, 이 재료들이 어디에서 발견되고 이동하고 거래되는 지에 따른 나라들 사이의 외교, 정치, 환경 논쟁까지 각종 경계들을 넘나드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각종 분야에서의 쓰임과 구체적인 공정과 이론에 대한 글쓴이의 공학적, 과학적 지식들의 깊이도 적절하다. 두루뭉술하니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세세하여 과하지도 않게 적절한 선에서 서술한다. 기술적인 세세함부터 국가간의 정치와 외교 전개에 따른 근현대사까지 광범위한 소재들을 어색함없이 잘 배치하고 버무려 한 가지 material에 대한 태피스트리를 매끄럽게 완성시킨다. 막힘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면 어느새 '모래' 에 대한 한 장이 끝나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따라가다보니 어느 새 한 권이 끝나버린 소설책같다. 그만큼 술술 읽히면서도 한 장이 끝난 후에는 새로 얻은 정보와 흐름을 되새기는 소화의 시간이 필요한 든든한 책이다.

  뒤에 나올 다른 다섯가지 물질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대략적으로나 어디에 쓰이는지는 알고 있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다각도의 시선과 시원한 흐름의 설명으로 역사적 흐름에서부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과학적 발견으로 나타나 기술적 과정을 거쳤으며, 우리는 어떤 측면을 놓치고 있을지까지. 1장에서 보여준 저자의 능수능란한 이야기 실력이 마저 기대된다.

p.30-31
" 이 책에서 다루는 여섯가지 물질은 우리 주변의 환경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다. (중략)
이제 이 물질들에 빛을 비추고, 그들의 관점에서 인류의 이야기를 할 때가 찾아왔다. 인류는 이 물질들이 없어도 살 수 있겠지만 번영을 누리진 못할 것이다. 6대 광물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즉각적인 대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간이 세상을 구축하도록 돕고 있으므로, 고갈된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어떤 문명의 붕괴 혹은 승리는 6대 물질 중 어느 하나가 없거나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중략)
우리는 글자 그대로 '탈물질화 세계'에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돌을 집어 도구로 사용한 이래로 지상에서 자원을 개발하면서 발자국을 남겨왔다. 우리에게는 그 발자국을 축소한다는 선택지도 있다. 그렇게 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맞설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역설이 숨어 있다. 그러한 약속의 땅으로 가려면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땅을 파고 더 많이 폭파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 물질의 세계 샘플북 리뷰단 서평.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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